2010년 4월 29일 목요일

어제, 악마를 만났다. (문명 4)

어제 비도 오고 컨디션도 안좋고 해서 과감히 월차 부적을 날리고 집에서 잉여잉여 거렸다. 그렇게 행복할수가 없었다능... 책도 읽고 잠! 잠 엄청 많이 자고, 방만한 자세로 그동안 바빠서 못읽은 rss feed 다 읽어보고, 알지롱 명전에 뭐가 업데이트 됐나 좀 보고, 유세윤 뮤직비디오 15 번쯤 돌려듣고 등등. 그러는 한편 내 컴퓨터에 악마의 씨앗을 심고 있었으니... 바로바로, 『문명 4』!

 

설치가 완료되었다는 노티를 보는 순간 본능이 경고음을 울려댔다. '이건 헬게이트야!!'... 그러나 인간이란 존재는 나약하기 그지 없어서.. 나는 그만 Civilization IV: Warlords 실행하기 버튼으로 마우스를 올리고 말았던 거에요. 그건 오후 8시 경이었어요, 그리고...

 

 

Well, I was in such a state of shock, I completely blacked out
I can't remember a thing, it wasn't until later
When I was washing the blood off my hands
I even knew they were dead

- CHICACO, Cell Block Tango 중 벨마 켈리 파트...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 중 일부를 인용해본다. -_- 레알, 오후 8시 이후 새벽 2시 반까지 기억이 안나 ㄷㄷㄷ 난 그냥... 랜덤으로 생성했더니 루이14세가 되어 있었을 뿐이고... 어릴때 좋아했던 카르타고를 멸망시킬때 한니발도 울고 나도 울고... 간디 이새끼 정말 짜증나는 새끼네, 생각도 잠시 해보다가... 역시 옛말 틀린거 없구나, 평화란 전쟁을 준비하는 기간이구나, 미묘한 깨달음도 얻어보다가...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클래식 넘버들이 아주 좋군효, 산업시대로 넘어오니 이젠 드보르작 노래가 나오는구낭 흥얼흥얼... 역시 인류는 과학으로 깨달음을 얻을수 있는가, 그런 생각도 해보다가... 어쨌든 정신차려보니 오전2시반 -_-....

 

 

디폴트 난이도로 했더니 너무 쉬워서(지금 나 말고 2등이랑 점수차이가 2배 이상이 난다.. -_ 건들고 싶지도 않항...), 난이도를 조금 올려서 다시 해봐야겠다. 그런데 이 게임... 역사와 현실에 기반한 게임이라서 그런지, 특정 분야만 집중적으로 올린 문화가 어떻게 되는지는 알수가 없다. 자유도는 역시 EA Games 의 시뮬레이션들이라든가 Black & White 를 따라올 수가 없는 것 같다. 태생이 그래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쓰다보니까 또 하고 싶네. 오늘 회사 어르신께서 집에 가지 말라고 성화던데... 게임을 들고 와서 할 순 없쟈낭? 흐흐흑. 이번 주말 계획 하나만 취소하고 집에 처박혀서 오락이나 하면서 잉여거리면 소원이 없겠다능... 아가씨들 회동은 가지고 헌책방 투어를 버려야겠다능 그렇다능...

 

 

 

 

 

 

2010년 4월 22일 목요일

[그림] 나의 그림 1 - 손그림

잠도 안오고 해서, 전부터 생각해오던 포스팅을 한다. 문화 카테고리에 올리기엔 좀 허접하지만... 예전에 그렸던 그림들 중 몇개를 이 곳에 옮겨본다. 그림도 그렇고 피아노도 그렇고 집에 모든 재료는 다 있는데 막상 손이 잘 안간다. 주로 우울할 때 손이 가게 되는 것 같은데, 몇시간씩 막그리고 막치다보면 확실히 후련해지곤 한다. 아마도 요즘은 검도로 매일매일 조금씩 스트레스를 풀고 있어서 손이 더 안가나보다. 여기저기 방황하고 있는 그림들을 업로드 해볼 예정. 오늘은 연습장에 그냥 손에 아무거나 집히는 펜(주로 샤프나 연필)으로 그림 손그림 몇 장 올려본다, 꺄옹.

 

 

 

손그림들.


 

 

 

 

 

2010년 4월 19일 월요일

[그림] Blossoming Almond Tree - Vincent van Gogh

Blossoming Almond Tree

Oil on canvas
73.5 x 92.0 cm.
Saint-Rémy: February, 1890
F 671, JH 1891

 

 

약간 촉촉한 저녁의 카페 그림이나, 밀밭 위에 떠 있는 달빛이 몽롱한 그림도 좋아하지만, 그래도 가장 끌리는 그림은 이 꽃 핀 아몬드나무 그림이다. 이 푸른색 배경의 나무 그림은 어쩐지 처연하고 독한 느낌이다. 처음 눈길을 사로잡는 건 선명한 푸른색이다. 어찌 보면 무겁고 조금 어두운 하늘 같고 어찌 보면 맑은 물 같기도 한 저 푸른색 자체가 이 그림의 느낌을 오롯이 표현하는 것 같다. 하얗게 피어난 꽃들은 아름답다고 하기엔 조금쯤 괴기하고, 거칠게 표현된 뒤틀린 나뭇가지는 야생미가 넘친다. 강한 생명력 자체로 빛나는 야생미라기 보다, 어떻게 해서든 살아가고야 말겠다는 생에의 집착에 좀 더 가까운 느낌. 고흐의 가장 유명한 그림 중 하나인 해바라기 그림은, 사실대로 말하자면, 생명이 다하기 직전 마지막 불꽃같은 발악이 너무 선명하고 솔직하게 드러나서 좋아할 수가 없다. 그토록 아름답고 따뜻한 색감에도 오래 보고 있으면 어쩐지 우울해지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느낌이다. 오랫동안 보고 있으면 차분해지고 가라앉게 되는 느낌이다. 

 

난 이 그림이 그려진 시계를 하나 가지고 있다. 좀 우습지만, 함부로 꺼내두기 싫어서 서울 집에 모셔두고 생각 날때마다 들춰본다. 한번쯤 원본을 보고 싶다. 그리고 그 느낌에 가장 가까운 색감을 지닌 포스터를 사서 벽에 커다랗게 붙여두고 싶다. 갑자기 이 그림에 대한 짧은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이 그림이 그려진 우산을 판매한다는 광고를 보았기 때문이다. 시계에서는 별로 거부감을 못느꼈는데 우산은 좀 아닌 것 같다. 이 그림이 곡면에 덧씌워져서 왜곡되는 것이 싫다. -_

 

 

 

p.s> 그림 찾아 다니다가, 너무 알흠다운 사이트를 발견하였다. 이런것은 공유해야 +_+

http://www.vggallery.com/index.html

고흐 빠돌이가 만든 것임에 틀림없는 사이트... 정서순화를 위해 즐겨찾기 등록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효 :)

 

 

 

 

2010년 4월 18일 일요일

[책] 인문 고전 강의

최근에 산 책으로, 오늘 첫 페이지를 펼쳤다. 아직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나같은 '교양없는' 인간에게 딱 적절한 텍스트를 찾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책의 첫머리, 일러두기에 나오는 책들은 다음과 같다.

 

 

호메로스 <일리아스>

소포클레스 <안티고네>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단테 <신곡>

마키아벨리 <군주론>

데카르트 <방법서설>

로크 <통치론>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베버 <직업으로서의 정치>

벤담 <파놉티콘>

폴라니 <거대한 전환>

공자 <논어>

 

* 정말 좋은건, 옮긴이와 출판사까지 함께 나와 있다는 것!

 

 

부끄럽지만.. 저기서 읽어본 책이 세권밖에 없다. -_ 그나마도 <일리아스> 빼고는 기억도 안난다. -_-; 이 책은 단숨에 독파할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 천천히 차근차근히 공부하고 배우는 느낌으로 접근하면, 마지막 장을 읽었을 때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2010년 4월 14일 수요일

책, 구매목록

모든 구매는 충동구매라 하였지요. 방금 전에 또 충동구매 하였다. 얼마 전에 교보문고에서 책 샀는데 이거 뭐 사람을 좆병신으로 알기에 게시판에 "미친거 아닌가요????" 라는 요지의 글을 순화해서 쓴 적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번에도 교보문고에서 주문. 예전에는 여기저기 되는데로 가격 비교해보고 산발적으로 샀었는데 대략 2009년 중반 이후로는 교보문고에서 몰아서 사고 있다.

 

 

처음 교보문고(광화문점) 갔을 때의 감동이 문득 떠오르네요. 그것은 어언 초딩때였어여. 입구로 들어서니 노벨상 수상자들의 그림이 있는게 아니겠어요? '아~ 역시 책파는 데는 로비부터 다르구나~' 그리고 펼쳐지는 책들(과 아트박스)의 향연! 그 당시의 난 참 책을 좋아하는 소녀였다우...

 


 

광화문점 리노베이션 중이라는데 조금은 아쉽다. 앉아서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진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래도 익숙한 장소가 바뀐다는 것은 어찌됐든 아쉬운 일. 이야기가 샜는데, 하여간 교보문고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한 권 주문하고 주문내역을 보다가 문득, 예전에는 내가 무슨 책을 샀는지 궁금해졌다. 2007년 자료부터 조회가 되길래(아니면, 내가 2007년에 회원 가입 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 때 부터 보는데, 2009 년에 급증했더만. 역시 정신이 피폐하면 책을 많이 읽게 되어 있는 것 같다!

 

 

2007.

카후나 - 이건.. 책이 아니고 보드게임..

AAT (미국식 영어발음 집중훈련 워크북)

 

2008.

서양미술사

 

2009.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2009: 알파의 시간(제54회)

0과 무한의 과학

상대성 이론(개정 신판)

파리대왕(세계문학전집 19)

위대한 개츠비(세계문학전집 75)

체호프 단편선(일송세계문학전집)(양장본)

신춘문예 당선소설집(2009)

당신 인생의 이야기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합본

하드 SF 르네상스. 1

멸종

하드 SF 르네상스. 2

내 심장을 쏴라

영어일기 표현사전(내가 쓰고 싶은 말이 다 있는)

만들어진 신

고우영 삼국지(전 10권)

목걸이 장인: 유시진 단편집

설희. 1

설희. 2

무서운 그림

 

2010.

서른살이 심리학에 묻다

인문 고전 강의 (NEW!)

 

 

그냥 왔다갔다 하다 동네 서점에서 산 책도 많고, 다른 서점을 이용한 책들도 많으니 실제로는 저보다는 많은 책을 샀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들춰보지도 않은 책들이 있써... 이를테면 2007년 구매목록에 있는 AAT 영어책...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이거 샀을 때 내가 무슨 옷을 입고 있었는지 누구를 만나기로 했었는지도 다 기억이 나는데, 책을 펼쳐본 기억만 없어...?!! 구매 목록을 보다 느꼈는데 앞으로 내가 영어책 사면 미국인이다!(응?)

 

책을 포풍구매하다보니 정작 읽지도 않고 쌓이는 책들이 생기게 되는데, 참 책들한테 못할짓이다. 그렇지만 손이 안가는 책들은 어쩔수 없지만...

 

갑자기 궁금해져서 알라딘 구매내역도 봤는데, 허억! 알라딘은 반값행사라는 아름다운 행사와, 복불복 이벤트라는 깜찍한 떡밥까지 던져놓았구나!! 젠장, 여기서 살걸! 벌써 결제완료했는데!

 

 

2008.

감정의 혼란

그림자 자국

마리 앙투아네트 - 베르사유의 장미

모르는 여인으로부터의 편지

이런 사랑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천사와 벌레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Yes 24 에도 조금의 흔적이...

 

2007.

TCP/IP 소켓 프로그래밍

뇌를 자극하는 프로그래밍 원리: CPU부터 OS 까지

 

2008.

Lonely Planet Jordan

 

 

2007 년에는 컴퓨터가 재밌다고 생각했었나보다. 영어공부도 하려고 시도만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업과는 상관없는 쪽으로 점점 기운것이 너무 명백히 드러난다. 특히나 2009 년의 구매목록을 보니 정신상태와 함께 라이프스타일도 보인다. 그 전에는 실제로 돌아다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한 도서가 많았는데, 2009 년에는 밖에를 잘 안나가서 그런지-_ 인터넷 구매 목록이 상대적으로 많다.

 

 

킨들이니 아이패드니 전자책 기능이 있는 다양한 전자기기가 출시되고 있다. 이제는 핸드폰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시대다. 나는 전자기기 제조업에 종사하고는 있지만, 극히 아날로그적인 문화에 디지털이 침범하는 것이 썩 내키지 않는다. 아날로그의 상징과도 같은 책조차 0, 1로 이루어진 픽셀의 조합으로 대체할 수 있다니. 책 한 권쯤 들고 다니는 것이 무어가 힘들어. 종이로 만들어진 책장을 넘기는 그 느낌을 무엇과 바꿀수 있겠어.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럴 일이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책이 사라지는 날이 온다면 그 순간 인류는 지금까지의 인류가 아닌 새로운 종으로서 시작하게 될 것이다. ~_~

 

 

뭔소리야.. 암튼 서핑하다가 알라딘에서는 시간이 지난 책들을 50% 할인해서 판다는 것을 알았다. 아, 그래도 알라딘 비호감인데 -_ 끙~

 

 


 



2010년 4월 13일 화요일

[가요] Chitty Chitty Bang Bang - 이효리

 

 

악!!! 이효리 컴백!!!!

이효리랑 동시대 사람이라니, 이것 또한 축복이 아니런가!!

이젠 정말 레벨이 달라진 그녀. 대중가요 댄스가수로서 정말 훌륭하지 않은가?

진중하지 않게, 너무 쉽게, 이효리 까는 사람들 보면 정말 허영 덩어리로 보인다. 까지 마세용.. ㅠ_ㅠ

노래도 좋고 가사도 좋고 무엇보다 이효리가 좋다!

 

네, 저 이효리 빠순이입니다...

효리 만세!

갈수록 화장이 진해지는 것은 안습이지만.. 이젠 분장인듯.. ㅠ_ㅠ

난 맨 처음에 외계인에서 변신하는 금발 단발이 제일 좋아용!

그리고 뒷부분에 해맑게 웃는거 너무 예뻐용!

정말 저런 표정은 이효리밖에!

 

비도 참 섹시하고 멋지고 노래도 좋다 생각했지만,

이효리가 한방에 발라버릴 기세...

참, 카라야 미안해 원래 이 언니는 이효리 팬이었거든...

볼륨은 꼭!! 빠방빠방하게 올리고 들어주세용!

 

 

 

 

[영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Vicky Cristina, Barcelona, 2008)

먼저, 영화 보지도 않고 무조건 제목 지은 사람 지옥의 센스를 가졌다고 까댄거 미안함. 영화 보고 나서 생각해보니, 어떤 관점에서 보면 제법 그럴싸하기도 하다. 나름대로 생각 많이 하고 지었을 듯. 이 영화의 감독이 우디 앨런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심하게 까이지는 않았을 듯 하다. 그래도 할말은 해야지... 솔직히 알고 보건 아니건 우리나라 제목이 세련되지는 않다. -_-

 

 

스칼렛 요한슨을 추앙하게 된 계기는 동일 감독의 「매치 포인트」라는 영화 때문이었다. 이 영화에서 스칼렛 요한슨은 청순하지만 우울한 순수함을 지닌, 신경질적으로 비극으로 돌진하는 여인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나는 지금도 스칼렛 요한슨의 이미지를 이 영화에서의 첫 등장 장면인 테니스 코트에서의 하얀색 원피스 차림으로 기억한다. 「매치 포인트」를 아주 재미있게 보았던 터라, 감독에 배우까지 동일한 이 영화를 기대했다. 「매치 포인트」에서의 씁쓸하고 극적인 상상력에 '홍상수 영화의 극단'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그 느낌이란게 결코 매끄럽거나 상쾌하지는 않다. 하지만 때로 사람들은 개운하지 않은 뒷맛을 자처하여 느끼고 싶어하게 마련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속에 쌓였던 '어떤 종류의 체념'을 자포자기의 느낌으로 확인하고 싶을때 그런 종류의 컨텐츠를 찾아다닌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언제 보게 되었든 필연이었으리라.

 

 

일단은 여배우 이야기. 난 이 영화에서 또 한 번 스칼렛 요한슨의 도발적인 매력을 느끼리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이 영화에서 숭배의 대상이 된 것은 스칼렛 요한슨이 아니었다. 페넬로페 크루즈! 마리아 엘레나! 도저히 이 배우 외에 마리아 엘레나 역에 적역인 배우를 떠올릴 수도 없다. 이 영화로 그녀는 영국/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는데, 그건 너무나 당연한 평가이다. 후반 40분밖에 나오지 않지만, 세명의 주인공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뿜어낸다.

 

 

마리아 엘레나는 뛰어난 재능과 미모를 가지고 있고 불행히도 스스로가 그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너무 비범한 예술적 재능과 지나치게 섬세한 감성을 지닌 탓에 필연적으로 파괴적인 히스테릭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영화에서 표현되는 바와 같이, 그런식으로 예술 혹은 후안 안토니오를 통해 분출되지 않았다면 그녀는 진작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렸을테다. 네명의 주인공 중에 가장 감정적으로 공감이 가는 캐릭터는 마리아 엘레나였다. 그녀의 우울함, 분노, 사랑 같은 감정들이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가장 현실적-영화적인 극단성을 감안하고-이지 않았나 싶다. 그만큼 강렬하기도 하고 편치 않기도 한 인물 유형이지만, 내가 크리스티나 였으면 후안 안토니오가 아니라 마리아 엘레나를 사랑했을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사실 가장 불행한 캐릭터 역시 마리아 엘레나이다. 그녀는 평생 그 수렁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테고, 후안 안토니오와는 영원히 멀어질수도, 영원히 가까워질수도 없을것이다. 마치 같은 방향으로 무한히 뻗어나가는 평행선같이, 절대로 가까워질수 없으면서도 멀어질수도 없는 최악의 관계이다. 영화에서 마리아 엘레나가 처음 등장했을 때, 후안 안토니오에게 "왜 이렇게 되었지?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같은 말을 한다. 이런 내용은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간간히 등장한다. 나는, 그야말로 그녀에게 연민을 가득 담아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정말 가여웠다.

 

 

감정적으로 공감이 안가던 부분은 '뭔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로맨틱한거야. 그게 사랑의 완성이야' 라는 요지의 이야기를 하던 부분이다. 충족되지 않은 바로 그 salt (후안 안토니오가 마리아 엘레나의 체류의 당위성을 역설할 때 꺼낸 '필수요소'중 마지막이 salt 라는 것은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다.) 역할을 하는 것이 크리스티나 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 완성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완전한 사랑'이라는게 자기 꼬리를 따라 도는 개와 그의 그림자 같은 관계라니, 너무 절망적이지 않은가. 사람은 언제나 감정에 따라 움직이고 사상도 생각도 그에 따라 바뀌니, 그 시절의 마리아 엘레나라면 저런 말을 했을수도 있다, 라고 생각한다.

 

 

 

마리아 엘레나에 너무 몰입해서 정작 다른 부분에서 느낀 생각들을 정리할 여유가 없네. 음, 사실 비키의 스토리는 별로 관심이 없다. 장담하건대, 이 세상 사람의 90%, 아니 95% 이상은, 이상을 떠나 현실적으로 비키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할 수 있을 것이다. 난 후안 안토니오 같은 사람은 만나보질 못했지만 글쎄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쉽게 답이 안나온다. (그 전에 더그 같은 스타일과 결혼을 생각지도 않았겠지만... -_) 후안 안토니오는 비키와 크리스티나, 마리아 엘레나를 부각시켜주기 위한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일단 다른 것을 다 떠나서 내가 매력을 느낄만한 타입이 아니라 몰입이 조금 힘들었다.. 정도... 크리스티나는, 음, 크리스티나는.

 

 

다시 스칼렛 요한슨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녀의 이미지는 전성기 마릴린 먼로를 보는듯한 육감적인 몸매에 백치미 같은 매력이 넘치는 전형적인 서구형 미인의 2000 년대 버전이다. 그런데 사실 그녀가 등장한 영화 중 (내가 본것만 따졌을 때) 「매치포인트」 를 제외하고, 「판타스틱 소녀백서」, 「천일의 스캔들」 그리고 최근에 본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같은 경우 그녀의 섹시함이나 관능미가 전면에 부각된 영화는 하나도 없다. 그런 이미지는 아마도 Vogue 누드 촬영(이거 정말 죽여줬는데!)이나, 관능적인 화보 - 및 국내에서의 영화 개봉때마다 자행되는 황색언론홍보 - 를 통해 형성된 면이 많고, 영화에서는 언제나 역할에 충실한 좋은 배우였다. 오히려 이 배우의 저런 이미지 때문에 '의외의 캐스팅' 이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에서 오히려 '이 배우가 아니었으면 누가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떤 상황이든 극과 역할에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는 배우가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스칼렛 요한슨은 21세기 재림한 마릴린 먼로의 외모에 재능까지 겸비한 좋은 배우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에서도 역시 몽상가적 기질이 있는 '소녀'같은 역할에 적역으로 잘 어울렸다. 내가 마리아 엘레나에 깊이 공감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는 크리스티나와 좀 더 비슷한 점이 많다. 이를테면- 표현하고 싶은 것은 넘치는데 그럴만한 재능은 없고, 예술을 동경하긴 하지만 이해하고 즐길 깜냥은 되지 않고,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지만 결국은 숙명적으로 고독해하고 (전문용어로 '허세기질이 있다'고도 하지...-_), 등등. 그러나 그녀와 나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그녀는 깊은 마음의 의문에 -의도했든 아니든- 답하려 노력하는 구도자 스타일이라 안정적인 트라이앵글의 관계를 기어이 끝내버렸고(이 지점에서, 마리아 엘레나와 후안 안토니오는 가장 현실적이고 비극적인 인물이 된다.), 나는 순간순간 떠오르는 극단적인 감정들에 그대로 온 정신을 쏟아버리는 마리아 엘레나 같은 스타일이라는 점이다. 어쨌든간에 마리아 엘레나나 크리스티나나 허공에 열정을 쏟아버린다는 점에서 트레직한 캐릭터이긴 마찬가지다.

 

 

 

영화를 보는 방식은 다양한데, 나는 캐릭터를 통해 관계를 파악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 영화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간의 관계가 나오는데, 그 캐릭터들을 통해 보면 모두가 너무나 필연적이고 타당하다. 한발 물러나서 관조하는 입장으로 보면 정상적인 관계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고 재미있는 점이다. 모두가 normal 이지만, 인간이 행복을 지향하는 존재라는 것을 생각하면 또한 모두가 abnormal 이다. 비극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그것과 유사한 느낌에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면 결국은 씁쓸한 여운이 남게 된다. 나의 워너비는 아무도 아니지만, 모두에게서(심지어 후안 안토니오를 포함해서!) 현재의 나를 발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좋은 영화였다.

 

 

 

 

 

 

 

[사진집] 윤미네 집

『윤미네 집 -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전몽각 지음, 포토넷 펴냄.

 

 

 

#1.

1960 년대부터 1980 년대 까지, 작가의 딸이 태어나서 시집가는 날까지 소소한 일상의 기록을 펴낸 사진집이다. 절판되었다가, 2010 년 1월에 재발행되었다. 사진집은 그다지 유심히 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보게 되었다. 어떻게 그렇게 표정들이 하나같이 따뜻하고 밝아서, 눈물이 핑 돌 만큼 아름다울 수가 있는지. 컬러 사진은 아름다운 색감이 묻어나는 매력이 있고, 흑백 사진은 빛과 어둠의 조화가 다채롭게 향기롭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이 사진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사진이 흑백인데, 어찌할수 없이 묻어나는 풍경과 사람냄새에 더욱 풍요로운 감성을 입힌다. 마지막까지 읽고 나면 어쩐지 아련하게 서글퍼진다. 처음으로, '사진집도 매력이 있구나'를 느끼게 해준 책이다. 집의 분위기가 자연스레 느껴져서 저절로 '정말 행복해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정도냐면, 개나 키우면서 살겠다던 내가 무려 60년대 가정을 보면서 '집을, 가족을 가진다면,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될 정도.

 

 

#2.

이 책을 빌려준 이가 남긴 말인데, 정말 맞는 말 같다.

카메라는, 세상의 모든 남자가 한번씩 거쳐가는 취미이다.

그 역시 한 때 사진에 취미가 있었고, 현재 자기 아버지의 카메라를 쓰고 있다. 내 동생도 현재형으로 사진을 좋아하고, 우리집 장롱 속에는 아버지의 카메라가 들어있다.

 

 

 

 

2010년 4월 2일 금요일

[가요] 휘성 6집 - Vocalate

원래 mp3 들고 다니는데 어제 마침 mp3 를 집에 두고 왔다. 어쩌지 어쩌지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가 꿩 대신 닭이라고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던 몇 안되는 노래라도 듣기로 했다. 용량 문제로 컨텐츠들을 싹 다 지운 직후라 남아있는 것이 정말 없었다. 딱 네 파일이 있었다. 캔-핸드폰애가, f(x)-Chu~♡, Coldplay-Viva La Vida, 그리고 휘성6집-vocalate 압축파일. 나에게 휘성은 들을땐 참 좋은데 뭐랄까, 내가 먼저 손 내밀어 듣게 되지는 않는 그런 느낌이다. 어제같은 절박한 상황이 아니었으면 아마도 계속 하드에 잠들어 있었을텐데, 워낙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듣게 되었는데...

 

이거슨 신세계!!!!!??!!! ∑'ㅁ'

 

헐! 완전 좋은거임! @ㅁ@ 이거 뭐 버릴 노래가 거의 없는데, 그 중 가장 좋은 곡은 '눈물 쏟고 또 쏟고'.

 

 

 

 

 

 

 

 

 

 

 

 

 

 

 

 

 

 

 

음... 무대가 아니라 음원만 올리고 싶은데... 유튭에는 없네. 아쉬워라~ Rose 도 좋고 Alone 도 좋다. 하지만 역시 최고는 '눈물 쏟고 또 쏟고'!!

 

휘성은 보컬 뿐 아니라 작사에도 탁월한 재능이 있다. 가장 인상깊고 마음에 드는 가사는 Rose 중 '네 손에 쥐어줄 게 내 손밖에 없다는게 속상해 미칠것 같아'. (이 부분 다음 가사는 진심을 의심하지는 않지만 전형적인 뻥카라 그닥...) 가사는 '글'이긴 하지만 음과 박자와 이야기가 일치해야 전달이 극대화 된다. Rose 의 저 가사가 바로 음과 박자와 이야기가 일치해 감정선이 끌어올려지는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타임머신' 이 곡을 들으면 '지붕뚫고 하이킥'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난다. 느낌이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