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일: 5/29
장소: 씨네큐브 광화문
다소 충동적으로 본 영화. 영화 내내 뭔가 빠진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아직도 그게 뭔지 모르겠다. 일단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이다.
1) 하녀복 원츄. 극 중 등장하는 하녀복 너무 잘빠져서 심지어 하나 소장하고 싶을 정도. 입어보고도 싶음, 그 미니멀한 에이프런이라니! 나한테 잘 어울릴듯(응?).
2) 풍부한 2차 컨텐츠 생산. 이 영화의 화제성과 작품 자체의 난해함(?) 때문에 각종 의견들이 타 영화보다 많이 생산되는데, 영화 보기 전에 이미 리뷰를 한 20여편은 읽어보고 갔던듯하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을 좋아하는데, 이 영화도 리뷰며 후기며 심지어 관련 논문까지 읽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거든... 영화 자체의 힘은 '샤이닝'과 '하녀'가 비교선상에 오를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다양한 해석과 의견들은 영화로 인해 생산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고, 이런 즐거움이 풍부한 컨텐츠라는 점에서는 둘 다 좋은 영화라능.
이 영화가 싫지는 않은데, 저 위의 두가지 말고는 딱히 좋지도 않다. 은꼴의 정석이라는 리뷰부터 좌파를 암시하는 엔딩이다, 남녀성적인 불평등에 대한 내용이다, 지배계층과 우매한 대중에 대한 얘기다, 여자의 일생이다 등등 수많은 감상문들을 읽었지만, 목욕탕 청소씬에서는 은꼴의 정석이라는 리뷰가 역시 베스트 리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응?) 이게 아니고.
너무 많은 것을 우겨 넣으려고 해서 아무것도 아니게 된건지, 아무것도 아닌데 대단한 해석들이 나오는건지, 근데 내가 감독이면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만들지는 않았을 것 같고, 가장 합리적인 해석은 감독은 생각을 하고 만들었는데 우매한 관객인 나는 뭔 말 하는지 모르겠다는 거지. 나름의 감상은 있지만 그건, 영화에 등장하는 미술이나 의상에 비해, 너무나 세련되지 못하고 우직한 전달방식이라 생각하여 믿고 싶지 않을 정도.
음... 어떻게 다른 인물들은 어느정도 상식(이것이 막장들에 의해 형성됐다고 하더라도)선에서 움직이는데 은이만은 도저히 예측이 불가능하냔거냐능. 따라서 이미 애당초 주인공에 감정이입하는 것은 내겐 무리데쓰요.. 다들 은이를 순수함의 극치라고 보던데 저정도면 순수한게 아니라 백치인거지. 어린 시절 놀부전 보면서 '흥부 이새끼는 생각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완전 민폐짱인데 그까짓 새한마리 구해줬다고 이런 일이 생겨?! 허, 인생이란...' 이와 같은 생각을 하던 나로썬 짜증나는 인물이 아닐수 없었다능... 사실 은이가 잘됐으면 '하녀'가 아니라 현대판 '놀부전' 아니었겠냐능? 왜냐하면 상대적으로 가지지 못한 자에게 감정이입하고 동정해주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니까효.
이 영화에서 정치적인 교훈을 찾는다고 하면, 주인집 사람들을 비난하기 전에 은이부터 반성해야 한다. 그녀는 결코 처음부터 끝까지 그 집 주인이 아니었음에도 인정받는줄로 착각을 한다. 많은 진보성향의 지지자들이 경고하는 지점과도 맞닿아있는데, 애초에 이게 문제였다.
음... 난 이 영화 후기를 쓰면 절대 정치적인 얘기는 안쓰려고 했는데 어쩔수 없이 그렇게 흘러가네? -_- 나 말고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각양각색 해석버전이 있으니 난 뭐 그냥 쓰다 말아도 될 것 같고-_ 급마무리...
+ 영화 보고 제일, 그리고 유일하게 궁금한 것은, 나미는 커서 어떻게 될까, 였음.
+ 전도연 몸 예쁘다... 이정재 몸 죽인다.
+ 끝내 자살(스포일러임)을 택한 은이의 선택에 난 결코 동정이라든가 연민따위를 느낄 수 없었다. 정말 궁금한데... 어떻게 저런 캐릭터가 순수하다는 평을 받는거지? 그녀는 순수하다기보다, 소름끼치도록 너무나 이기적이고 멍청한 캐릭터다.
+ 근데 그 옷 입고 욕조 닦으면 어떤 자라도 졸라 섹쉬해보일듯... 나,남자가 욕조닦는 스핀오프 버전은 없을까? (응?) 쓰고 보니 왠지 오르세 미술관에서 봤던 '마룻바닥 깎는 남자들' 이라는 그림이 떠오른다.